럭키가 팀의 가장 사이 안 좋은 팀원을 만났을 때
야구공이 이곳저곳 날아다녔다. 미들시 병원 야구단이 연습 중이었고, 코치인 막시모 ‘럭키’ 혼드로네로가 그 근처 벤치에 앉아 있었다. 미들시 스케일즈의 전 에이스인 그는 오른팔에 깁스를 한 채로 환자들이 수비하는 모습을 엄하지만 조금은 기쁜 눈길로 지켜보았다. 지난번의 승리로 고무되어, 환자들의 연습에는 한층 더 힘이 들어가 있었다.
“좋아요, 오늘은 이쯤 하죠. 각자 물품 정리하시고, 몸 상태 이상하다 싶으면 의사한테 말씀하시고요.”
럭키가 박수를 딱 치자, 환자들은 연습을 마치고 각자의 병실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. 함께 떠들던 환자들이 떠나고 야구장이 다시 조용해졌을 때, 럭키도 슬슬 자기 병실로 돌아가려고 했다. 그 목소리를 들은 건 그때였다. 익숙했지만 여기서 들으리라곤 예상하지 못했고, 또 듣고 싶지도 않았던 목소리가.
“오랜만이에요, 럭키 씨. 부상 이후로 처음 보네요.”
미들시 스케일스 유니폼을 입은 그 남자가 말했다.
“그 부상조차도 야구랑 당신을 떼어내지는 못한 것 같지만요. 코치 복장도 잘 어울려요, 럭키 씨.”
그가 미소지었다. 럭키가 입원한 이후로 구단 쪽 사람 중에서는 처음으로 찾아온 사람이었지만, 럭키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. 왜 하필 저 자식이란 말인가?
다리우스 그라임스, 그 남자의 이름이었다. 한때 스케일스 최고의 타자였던 남자. 럭키가 자신의 타자로서의 재능을 발견하기 전까지의 얘기긴 하지만 말이다. 럭키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후로 다시 주목받기 시작하고 있는 선수이기도 했다.
그라임스는 럭키가 팀 내에서 가장 싫어하는 팀원이기도 했다. 럭키 성격상 그의 주변에는 그렇게 가까운 사람이 많지 않은 편이었고, 럭키 자신도 자신의 플레이에 크게 방해가 되지 않는 이상 팀원들에게 그렇게 큰 관심을 주지 않는 편이었다. 그러나 그라임스의 경우는 달랐다. 럭키에게 있어서 그라임스의 존재는 거슬렸다. 그가 ‘나쁜’ 사람이어서는 아니었다. 오히려 그라임스의 대외적인 이미지는 정반대였다.
그라임스는 항상 미소짓고 친절하고 예의바른 사내였다. 하지만 럭키는 늘 그가 불편했다. 이유는 몰랐지만, 그의 본능은 그를 피하라고 소리지르고 있었다. 특히 럭키와 그라임스가 잠깐이라도 단 둘만 있을 때면 말이다. 그의 눈빛 때문일까, 말투 때문일까, 거의 항상 입가에 띠고 있는 저 미소 때문일까? 아니면 도대체 저 머리 속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일까? 저 친절한 언행 속에서도 럭키는 뭔가 기분 나쁘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고, 그 느낌은 종종 그를 향한 거친 언행으로 튀어나오고는 했다. 그래서 럭키와 다른 팀원들과의 불화에 대한 기사에는 항상 그라임스의 이름이 빠지지 않았다.
“...네가 왜 여기 있는 건데.”
럭키는 짜증이 치밀어 오는 것을 느끼며 일어섰다. 그의 적갈색 눈이 그라임스의 눈을 쳐다보았다.